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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은 당장의 해결책 아니다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은 당장의 해결책 아니다

  • 김건회 대한의사협회 고문(전 경상남도의사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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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회 대한의사협회 고문(전 경상남도의사회장)
김건회 대한의사협회 고문(전 경상남도의사회장)

장자의 철부지급에 나오는 고사이다. 강물이 범람하여 생긴 물웅덩이에 들어간 붕어가 물이 점점 빠지니까 숨쉬기가 힘들어져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내가 지금 그릇을 가지고 양자강에 가서 깨끗한 물을 떠와서 여기 부어주겠소'하니, 붕어가 화를 내며 '그러면 그때는 나를 건어물 상에서 찾는 게 빠를 것이요'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붕어를 들어서 강물에 던지면 되는데, 마치 지금 온 국민이 불안해하는 의료사태와 같이, 즉시 해결될 수 있는 데도 극한의 상태로 몰고 가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필수의료, 지역의료 살리기 문제로 촉발된 일이, 10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나는 의사인력 숫자에 매달려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문제에 대한 분석과 처방도 이미 다 나와 있다. 단지 실행하려는 의지가 아쉬울 뿐이다. 

언제까지 복귀 안하면 의사면허 정지한다고 하는 건 분명한데, 얼마나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명시 없이 의지 표명만 한 상태이다. 이 문제를 명확히 해주면 서로 힘 빼는 일 없이 오늘 바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필수의료, 지역의료 때문에 시작된 문제이다.

일례로 산부인과 분만수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의 사분의 일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오십년 전 전국민의료보험이 실시된 이래 열악한 재정에 책정되었던 의료수가가 연간 몇 프로씩 오르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잡는다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가 지방, 지역의료 취약지에 분만 당 500만원씩 지급하는 것도 해결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분만 한 명 당 일 억원씩 주는 기업인도 있다)

코로나19 때 막대한 국가 재정 지원이 들어갔음을 생각할 때, 정부가 의료보험 재정에만 의지하지 않고 전 국민의 걱정과 건강을 위해 직접 국고 지원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군사훈련에서도 한 발에 수 백, 수 천 만원하는 포탄을 마구 쏘아대는 것도 유사시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다. 지역의 행정부에 건의하니 수가의 다섯 배를 지방재정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한다. 일본만 해도 소아과 수가를 다섯 배 인상해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도 필수의료, 지역의료 지원에 일본만큼 못할 이유도 없다.

아울러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에 대해 필수의료에 한해 민·형사 책임을 정부가 지는 통 큰 해법이 꼭 필요하다.(필수의료가 정착될 때까지 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무죄로 판결난 의사를 구속했던 상처를 의사들은 진료시마다 생각한다. 법적 책임을 완화한다는 것만으로는 의사가 안심하고 진료하기 어렵다. 

십년 뒤의 인원 수야 3000명이 증원될 수도 또는 300명이 증원될 수도 있다. 일단 실시해 보면서 숫자를 증감해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이 숫자에 매달려 의료 대란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많은 국민들이 금번 사태를 잘사는 의사들 욕심이라고, 정부가 잘하는 정책이라고 박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태가 길어지고 피로해지면 국민여론도 돌아설 수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전공의는 잘살고 배부른 의사가 아니다. 의사 중에서 수입도 적고 격무에 시달리고, 그러면서도 장래를 위한 보람으로 참고 일하는 의사들이다. 

대통령께 보고한 의료단체는 KDI, 보사연 등 정부 기업들이고 정치에 뜻을 둔 의사도 있다. 일방적 보고로 인하여 그래도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인술을 베풀어 온 선량한 의사들이 이기주의 집단으로 치부되는 것은 서운하고 분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시급한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생각할 때 10년 뒤에 나오는 2000명은 당장 해결책이 아니다. 그동안 10년은 어찌할 것인가? 이왕지사 대통령께서 직접 대표들(전공의, 교수, 의협)을 만나서 말씀을 듣고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위하여 다소 거룩한 양보를 해주시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온 국민이 기쁘고 다행스럽게 환영할 것이다.

양자강에 물 뜨러 가지 않고, 붕어를 그냥 들어서 강물에 던지면 해결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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